염소탕을 먹다

아내가 몸에 좋은 거 그만 먹고 다니라 했는데
살다살다 염소탕도 먹어본다
염소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보양식으로 개 대신 염소를 먹는다는 것도 아는 어른이다
염소가 새끼를 빨리친다는 얘기며
요즘 염소값이 비싸다는 얘기를 들으며
수육을 먼저 먹는다
따끈따끈 말캉말캉
식당 벽에는 염소 고기의 효능이 붙어있고
나는 세상에 기여한 일 하나 없는데
염소 고기가 이리 맛있어도 되나
간에 좋다는 염소 고기를 소주랑 같이 먹는다
이런걸 상충한다거나 쌤쌤이라 하나
개이득 상황은 아니다
고기가 냉동이 아니라는 주인의 말
그래서 더 맛있다는 동료의 말
몸에 좋다 생각하고 먹으니 진짜 몸에 좋은 것 같고
편의점 김밥을 먹으면서도 그게 몸에 좋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 세상의 룰이고
삼 천 원과 만 오 천 원의 차이가 자본주의다
뽀얀 국물을 보며 우유가 귀했던 시절 얘기를 하다가
친구의 화를 돋운 친구 아내의 구찌 스니커즈 가격이면
염소탕을 몇 번 먹겠나 생각해보고
염소탕 가격이면 굶는 사람들 몇 끼를 먹을 수 있는지까지 갔다가
더 무던해질 것도 없이 나이들어 담담해진 나를
한탄하기 전에
다 잊고자
취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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