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서 차이다

설악산에서 차였다
정상에 가까운 자리에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다
여름 아래 하늘 아래 나무 그늘 아래 새 소리 아래 뜨겁게 달궈진 바위들 아래
고백한 마음이 민망하다
눈 둘 곳이 발 아래 뿐이다
너에 대한 내 마음은 6월 산보다 무성한데
너는 아기새처럼 내 어깨를 스치고 사뿐히 날아갔다 
포근하소서  포근하소서
자꾸만 자꾸만
정성껏 정성껏
한 발 한 발
네 발자국 위에 내 발을 겹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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