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토요일 오후, 친구 가게에 앉아서 아버지 데이케어센터에서 돌아오는 거 기다리면서 쓴다.

 어제 서울 왔다. 어제 친구한테 차 보여주고 - 좋은 가격에 잘 샀다고 함 - 오늘 저녁에 아버지랑 순대국 먹고 - 이버지 얼굴 본지가 좀 됐고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가 아버지가 혼자 있는 시간이라 일요일에 혼자 먹을 죽과 빵을 사 놓으려고 한다. - 밤에는 엄마한테 가서 이런저런 얘기 좀 하다가 내일 아침에 강릉으로 출발하는 작전이다. 아직까진 순조롭다.

 어제는 동네 친구들이랑 저녁 먹었다. 집에서 아내와 별 대화가 없는게 40대 중후반 기혼 남자의 보통인가, 생각했다. 건스짱은 현장을 강릉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하면서 '그래야 너라도 보지' 라고 했다. 그 말이 마음속에 울린다. 만날 친구도 별로 없는게 40대 중후반 기혼 남자의 보통인가. 나도 너라도 보고 너도 나라도 보고 그런게 친구 사이겠지. 강릉에 대학 동창이 한 명 있어서 가끔 얼굴 보는게 나한테 위로가 된다. 그 친구도 그럴거다. 애들이라도 자주 보게 다시 서울 살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지만 부질없는 생각인 걸 안다.

 내가 간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들뜬 목소리로 추임새까지 넣어가면서 오랜만에 본다고 말한게 좋았다. 아버지는 아직 나를 잊지 않았고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다.

 오늘 강릉에선 6촌 형(얼굴본지 오래됨) 큰 아이 - 7촌 조카(애기때 얼굴보고 못 봄) - 결혼식이 있고 화성시에선 이종사촌 동생 결혼식이 있다. 5월 14일엔 친구가 결혼한다. 이런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모르겠지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이런 세상에서 다들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는 게 신기하다. 내가 결혼해서 사는 것도 마찬가지고. 어떤 세상에 살더라도 사랑이 있는 한은 희망이 있고 전성기라 부를 수 있는 것 같다.

 아침에 일찍 깨서 서서울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공원안에 식물들이 다 이뻤고 미루나무가 특히 이뻤다. 나에게는 아내를 포함한 직계 가족과 식물에 대한 사랑이 있구나 생각했다. 그러니까 다 텅 비어버린 것 같고 다 잘못되거는 것 같아도 핏속 어딘가에는 뭔지 모를 희망이 있다.

 아버지 전기요금 계좌이체하고 핸드폰 충전기 잘 되는 거 확인했다. 이제 순대국 잘 먹는것만 확인하면 되겠네. 이렇게 쓰고 나니까 한결 가벼워졌다.

서서울 호수공원 미루나무. 포지션의 동명 노래를 흥얼거림. 노래가 나왔던 드라마에서 엄정화가 연기를 참 잘했던 게 기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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