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에서

휠체어에 앉은 아이 얼굴이 희고 야위었다
태어나 10년을 살지 못한 얼굴
힙겹게 고개를 젖혀 아빠, 하고 부른다
아이를 내려다 보는 어른의 얼굴도 수척하다
휠체어를 잡은 어른의 손이 떨린다
70년을 넘게 산 아버지 손을 잡고 그들을 지나친다
일을 오래 쉰 아버지 손이 희고 부드럽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아버지, 하고 부른다
아버지는 아직 내 이름을 잊지 않았다
언젠간 내 얼굴도 잊을 것이다
나보다 어린 아이 아버지와 그 아이보다 어린 내 아버지
두 개의 세월이 무심히 스치고
다들
울고 있지 않은데 울고 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