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의 내장국밥

끈적함은
여름 때문인가
국밥 때문인가
씻지 않은 나 때문인가
국밥에 소주를 마시는 커플 때문인가
전생에 부부였어도 좋았을 사람과 내장국밥을 먹는다
(순대)내장국밥
괄호가 앞에 붙은 메뉴
닭국밥 소머리국밥 순대국밥도 있는데
앞에 앉은 사람이 내장국밥이라 해서 나도 따른다
씻지도 않고 식당으로 나온 건
편안함인가 급박함인가
몇가지 반댓말을 떠올려보고
내장은 (의외로) 반댓말이 없다
반대가 없는 사랑을 생각해보고
다대기를 넣으며 많은 말들에 반댓말이 없다는 걸 깨닫고
소주를 마시는 커플이 부럽고
그들처럼 소주를 시키고 싶지만
고단함이 대범함을 지운 시절이고
나는 사랑이 끝난 사람이고
일요일이 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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