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징검다리를 건넌다
징검다리는 늘어진 여름의 퇴근길처럼 길다
징검다리 아래로는 내가 마시고 씻는 물이 흐르고
한 무리 아이들은 저물어가는 물 속에서 생기를 반짝인다
비온 끝 교외 동네의 풍경이 싱그럽다
내 뒤에도 반대편에도 사람들이 있다
다리를 건너도 끝나지 않는 생 위에
당장은 목적지가 있으니 괜찮겠지
건너편 아파트 단지는 내 목적지가 아니고
내 뒤는 허허벌판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나
누군가를 마주치면 한 명은 멈춰서야
모두가 결과에 닿는것을 알지만
오늘의 나는 우두커니 끝나고 싶다
- 저기요 저기요
뒤에서 나를 부르고
나는 그 사람을 모르고
아이들은 물 위에 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 네 네
나는 대답하고
그 사람은 나를 모르고
나는 그렇게 위험한 사람은 아니고
내 안의 소년은 죽어 물 밖에 있다
돌다리만 달빛에 드러난 밤
나는 다시
원치 않았던 결말을 향한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