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을 먹다

식빵을 먹는다
식탁겸 책상에 앉아서
며칠 전 슈퍼에서 하나 남은 것을 사면서 속으로 럭키를 외쳤다
그때 몇 개 집어 먹고 방치해둔
푸른 곰팡이가 보이진 않지만
부패를 향해 달려가는 식빵을 먹는다
바다 건너편의 전쟁과
육이오 전쟁 때 피난 가던 사람들과
안네프랑크를 생각하며 식빵을 먹는다
유관순은 여전히 누난데
외국 사람이라 그런지 먼저 살다 갔어도 아무도 누나라고 하지 않는 안네 프랑크를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누나라 불러보며
식빵을 먹는다
먹다가 목이 메서 물을 먹는다
커피를 끓여도 되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내게는 충분하다고 느끼는 이 정도 풍요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안네프랑크에게는 쪽방에 숨어살면서 행복했냐고 물을 수 없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