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新生) - 목욕에 대한 생각

목욕을 하거나 세차를 할 때마다
새로 태어난 것 같다
아니, 새로 태어나고 싶다
묵은 껍질, 세상의 떼를 한 겹 벗겨내는 일로
생의 과오들과 어젯밤의 치명적인 실수가 씻겨 내려가고
새 사람이 된 것 같다
아니, 새 사람이 되고 싶다
새로 태어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다시 한 번 씻는 일로
다 잊고 싶다
아니, 다 잊혀졌으면 좋겠다
세상의 굳은 때를 박박 벗겨내진 않더라도
그저 물이 흘러가는 일로
몸을 씻어내는 것으로
껍질을 닦아내는 것으로
다 지워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든걸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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