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을 시작할 때 시를 써야지
영하 20도 겨울,
정오의 볕보다 반짝이는 말들로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시련이 닥치면 시를 써야지
가장 깊은 바닥에서,
손톱 뒤집히며 긁어올린 말들로
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그리울 땐 시를 써야지
마음의 빈 자리,
구멍이 뚫리는 말들로
보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다시 만난 날에는 시를 써야지
끔속에서도 그립고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눈과 귀를 멀게 하는 말들로

사랑하고
살고 싶고
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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