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자다

내가 아는 어떤 누나는
집 앞까지와서 자는 버릇 때문에 술을 끊었다는데
나는 길에서 잔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를 정도로 빨리 취하는 게 좋다
그게 진짜 나니까
그리고 길에서 잔다
자다 깨면 집에 온다
그게 나니까
여름엔 모기 때문에 깨고
겨울엔 추워서 깬다
여름엔 못 깨도 안 죽겠지만
겨울엔 죽는다
아직까진 운이 좋았다
길에서 자주 주무시던 우리 아버지도
지금에 와선 치매가 왔지만 아직까진 운이 좋았다
핏줄끼리 운을 겨룬다
태어난 죄인지
아버지 가는 모습은 보고 싶다
아버지에게 지고 싶진 않다
자꾸 길 위에서 자다 깨지만
길에서 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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