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

일요일 아침 빨래방에 왔다
혼자 있고 싶어서,
나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또 있었다
이미 건조기를 돌리던 아저씨와 가벼운 눈인사를 한다
기계적으로 카드를 찍고 빨래가 돌아간다
코인빨래방에 동전을 가져오는 사람은 없다
이십년이 넘도록 21세기 타령을 하는
나는 옛날사람
대형 세탁기 안에서 일주일간 몸에 걸쳤던 것들이 돌아가는 일이
일요일보다 더한 안도감을 준다
삘래도 돌고 지구도 돈다
과거를 살아도 살아있으면 다 돈다
그러니 나도 돌고 있다
빨래방 바로 옆에 마트 이름도 하필 하나로마트다
연어를 손질하던 마트 회센터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손님보다 마트 노동자가 더 많은 시간, 오전 여덟시
나도 그들과 하나되어 돌고 있으니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외롭지 않으니 혼자 있고 싶다
빨래는 이제 건조기에서 돈다
곧 돌아갈 시간이다
돌고 있다면 혼자도 외롭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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