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 어슬렁 어슬렁

토요일 오후
친구와 술 한잔 마시러 나와서
어슬렁 어슬렁
바닷가 도시에 아직 폭염은 오지 않았고
저녁 바람은 시원하다
지동화기기에서 돈 만원을 찾아서
어슬렁 어슬렁
복권과 담배를 사고
후미진 골목 구석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친구를 기다리며
한량이란 단어를 떠올리고
방금 횡단보도를 건너며 봤던 공모주란 말도 떠올리고
공모주가 뭔지 아는 내가 영 어색하진 않은 시절이고
빌딩 사이라 바람이 더 센가
암튼 시원해서 좋고
친구는 아직이고
사상 최대의 폭염과 홍수에
전염병까지 도는 세상에서
오늘 저녁은 사상 최대로 먹어볼까
그런데 뭘 먹지 생각하고
늦는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다시
어슬렁 어슬렁
바람은 계속 시원하고
비가 그친 하늘은 푸르고
서서히 줄어드는 낮의 운명은 9월까지 유예됐고
그때까진 다 괜찮을 거 같고
사람들이 다 뭐하고 사나 싶지만
어슬렁 어슬렁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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