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술을 먹다

크림 새우에 연태 고량주를 먹는다
세상과 상관없이 당장 눈 앞이 호화롭다
옛날에 좋아하던 사람이랑 이렇게 먹었댔다
그이는 결혼을 했고
지금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랑 먹는다
하얀 병에 담겨 있어서 하얀술이라 불렀던 술
이름에 연태가 들어가는 이유를 모르는 술
크림 새우도 왜 크림 새운지 모른다
갑자기 그 유래를 아는 명태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한 잔 마시니
식도까지 열대의 과일향이 타고 내려간다
- 아 좋네요
- 예 좋네요
아 좋고 예 좋으니
뭐가 좋은지 묻지도 않는 게 사랑일까?
안주로 나온 새우가 몇 마린지 세지 않고 먹는 지금이 그때보다 여유롭지만
사실은 그때가 더 좋았을까
의심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지만
사실은 의심하는 것이 사랑이고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술을 먹는 세상이라도
살아야 사랑도 하니
하얀술을 먹는 지금이 사랑이다
그 사람 생각을 해도 지금은 눈앞의 당신이 사랑이고
거리낌 없이 하얀술을 한 병 더 시킬 수 있는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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