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를 먹다 - 적절한 식사

아버지 머릿속을 찍은날
아버지랑 피자를 먹는다
단 둘이 피자 먹은 일을 새겨두고 싶은
내가 먹자고 했고 아버지도 좋다고 했다
2인 세트라는데 파스타까지
좀 많은가 싶었는데 다 먹었다
남은 한 쪽은 아들 먹으라해서
내가 좀 더 먹었다
혈연의 증명을 배부름으로 할 필요는 없지만 과식했다
아버지랑 나 사이는 과했던 적 없이 모자라기만 했다
뭐가 모자랐을까
뭔가는 모자랐고
그 모자람은 과했을까
하여, 과한 것도 모자란 것도 문제다
과함이 모자란 삶을 살던 아버지는
모자람이 과한 사람이 됐다
모자람과 과함은 같은 말
그 반댓말은 적절함
적절할 수 있다면 적절하고 싶다
허나, 적절하다는 건 잘난놈들의 후일담
그러니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지금이
내 생애 적절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눈 앞의 먹을것에 집중하지 못한채
기억을 잃은 사내와 기억하고 싶은 사내의 식사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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