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조림을 먹다 - 헤어진 사랑

엄마, 아버지, 나
셋이 앉아서
고등어조림을 먹는다
혼자사는 아버지 집에서,
아버지는 방금 했던 말도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됐고
어머니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30년 전에 한 그릇 천 오백원 하던 순대국 먹던 얘기랑
그 집 다대기가 좋았단 얘기를 들으면서
희미하게 기억나는 그때 그 식당 아주머니는 이미 세상에 없겠구나 생각하면서
십년 전에 이혼했으니 당신과 나는 남이란 얘기를 하는 엄마가
경기도 오산에서 서울 신월동까지 냄비째 끓여온 고등어 조림은
사랑인가, 헤어진 사랑인가 생각하면서
두 사람 이혼 하던 날 셋이 함께 먹은 육천원짜리 순대국을 생각하면서
아버지의 치매와 엄마의 우울증
힘든날이면 정신을 잃도록 술을 마시는 나
가족력 같은 걸 생각하면서
양념이 잘 스며든 뜨거운 무를 씹고
양념이 묻지않은 생선의 흰 속살을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고등어는 비리고
먹고 사는 일은 그보다 더 비리고
그래서 온갖 양념이 필요하고
그 양념이 헤어진 사랑인가
온통 질문 뿐이지만
밥 한 그릇 금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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