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시미를 먹다

먹는 게 사랑이라면
인류는 사랑으로 가득차서 걷잡을 수 없었을텐데
당신과 육사시미를 먹고 생각했다
당신은 처음이라고 했지만
날카로운 소고기를 두 점 먹었다
나는 먹고 싶었던 것이기에 나머지를 맛있게 먹었다
사랑입니까
당신은 아니라고 했다
그럼 무엇입니까
당신은 또 아니라고 했다
아무것도 아닙니까
당신은 모른다고 했다
이 소고기의 죽음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고개만 저었다
사랑도 아니고
그래서 아무 것도 아닌날에
사랑입니까 사랑입니까 되묻는 날에
얇게 저민 육사시미를 사랑처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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