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밥을 먹다


누구의 애인도 아닌 사람과 짬뽕을 먹는다
애인이 있는 나는 밥을
애인이 없는 그이는 면을 먹는다

상관관계도 없이,

짬뽕과 짬뽕밥은 국물맛이 다르다는 얘기가
색을 칠한듯 새빨간 중국산 김치 얘기로 이어진다

- 김치 왜 안 먹어요
- 김치가 흥미진진하지 않네요

단무지는 맛을 알아도 먹지만
뻔한 맛의 김치에는 젓가락이 안간다

이유도 없이,

약간은 흥미진진한 사람과 짬뽕밥을 먹는다
나는 중국산 김치같은 사람이고
마주 앉은 사람은 남도의 김치같은 사람이다

짬뽕은 맛이 있거나 없지만
맛없지 않다고 다 맛있진 않고
지금 먹는 짬뽕맛이 딱 그러하다

짜증나지도 우울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날들이어서
짜장면도 울면도 볶음밥도 아닌
니맛도 내맛도 아닌
전혀 흥미롭지 않은 짬뽕밥을 먹는다

짬뽕과 짬뽕밥 중에 어느쪽 국물이 더 흥미진진한가
나와 당신 중에 누가 더 흥미진진한가

내 마음 모르겠는데,

앞사람은 짬뽕을 반 이상 남겼고
나는 짬뽕밥을 바닥까지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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