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이탈로 칼비노 | 2 ARTICLE FOUND

  1. 2009.11.15 나무 위의 남작 - 이탈로 칼비노 4
  2. 2008.11.21 이탈로 칼비노 - 보이지 않는 도시들

 해가 뜬 맑은 날이었다. 코지모 형은 나무 위에서 큰 그릇을 들고 비눗방울을 만들어 방 안으로, 환자의 침대 쪽으로 불었다. 엄마는 방 안에 가득 날아다니는 그 무지갯빛 방울을 보고 말했다. "오, 너희들 무슨 장난을 하는 거니!" 우리가 어린아이였고, 언제나 쓸데없고 유치하기만 하던 놀이를 엄마가 금지하던 그 옛날 같았다. 하지만 이제 어머니도 아마 처음으로 우리의 놀이가 즐거우셨을 것이다. 비눗방울이 엄마의 얼굴에까지 내려앉자 엄마는 후 하고 불어 방울을 터뜨렸고 웃으셨다. 방울 하나가 엄마의 입술 위까지 날아갔는데 터지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었다. 우리는 엄마에게 몸을 숙였다. 코지모 형은 그릇을 떨어뜨렸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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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고 있다. 마르코폴로가 쿠빌라이칸에게 묘사했을 도시들의 이야기다. 읽고 있는 중이지만 무척 좋은 부분이 있어서 통으로 올린다.

제 1 부, 도시와 욕망2
남쪽으로 걸어간 여행자는 사흘째 되는 날 해질 무렵, 한 지점에서 똑같이 뻗어나간 운하들로 촉촉이 젖어 있고 연이 날아다니는 도시 아나스타시아를 만납니다. 저는 이제 이 도시에서 거래를 하면 이문이 남는, 마노, 줄마노, 녹옥수와 다양한 종류의 옥수 같은 상품들을 열거하려 합니다. 잘 마른 벚나무 장작으로 피운 불 위에서 구워 오레가노를 풍성하게 뿌린 황금빛 꿩고기의 맛을 칭찬할 수 있을 겁니다. 정원의 연못에서 목욕을 하는 여인들을 본 것과,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그 여인들이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옷을 벗고 물속에 들어와 자기들을 잡아보라며 유혹한다는 말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말하다 보면, 저는 폐하께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말씀드릴 수 없을 것입니다. 아나스타시아에 대한 묘사는 고작해야 폐하께서 억눌러야만 하는 욕망들을 한 번에 하나씩 일깨울 뿐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만약 폐하께서 어느 날 아침 아나스타시아의 심장부에서 눈을 뜬다면 모든 욕망이 동시에 잠에서 깨어 폐하를 에워싸 버릴 것입니다. 폐하께 도시는 모든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완전체이며 폐하는 그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도시가 폐하께서 즐기시지 못한 것을 즐기기 때문에 폐하는 이 욕망을 살리고 그것에 만족하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사악하고 때로는 선량하기도 한 그런 힘을 매혹적인 도시 아나스타시아는 가지고 있습니다. 마노, 줄마노, 녹옥수를 세공하는 사람처럼 폐하께서 매일 하루 여덟 시간씩 일을 한다면 욕망에 형태를 부여하는 폐하의 노동은 욕망을 통해 자신의 형태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폐하는 자신이 아나스타시아 전체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폐하는 그 도시의 노예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우주만화'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나무 위의 남작'도 얼른 읽어야겠다. 옮겨 놓고 다시 읽는데, 머릿속이 빙빙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구나.... 동료들에게 글 쓰는건 재주가 아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글 쓰는 건 훌륭한 재주임에 틀림없다. 부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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