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이병률 | 2 ARTICLE FOUND

  1. 2010.03.09 절연/이병률 3
  2. 2007.08.24 겹 - 이별률-

절연/이병률

2010. 3. 9. 10:23

절연   - 이병률 -

어딘가를 향하는 내 눈을 믿지 마오
흘기는 눈이더라도 마음 아파 마오
나는 앞을 보지 못하므로 뒤를 볼 수도 없으니
당신도 전생엔 그러하였으므로
내 눈은 폭포만 보나니

믿고 의지하는 것이 소리이긴 하나
손끝으로 글자를 알기는 하나
점이어서 비참하다는 것
묶지 않은 채로 꿰맨 것이 마음이려니
잘못 얼어 밉게 녹는 것이 마음이려니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감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한 번 보았기 때문
심장에 담았기 때문
눈에 서리가 내려도 시리지 않으며
송곳으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는 것은
볼 걸 다 보아 눈을 어디다 묻었다는 것

지독히 전생을 사랑한 이들이
다음 생에 앞을 못 본다 믿으니
그렇게라도 영혼을 씻어야 다음 생은 괜찮아진다 믿나니

많이 오해함으로써 아름다우니

딱하다 안타깝다 마오
한 식경쯤이라도 눈을 뜨고 봐야 삶은 그저 진할 뿐
그저 나는 나대로 살 터 당신은 당신대로 잘살기를
내 눈이 허락하는 반경 내에서 연(緣)은 단지 그뿐

AND

겹 - 이별률-

2007. 8. 24. 22:17
겹   -이병률-

 나에겐 쉰이 넘은 형이 하나 있다
 그가 사촌인지 육촌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모른다

 태백 어디쯤에서, 봉화 어디쯤에서 돌아갈 차비가 없다며
 돈을 부치라고 하면 나에게 돌아오지도 않을 형에게
 삼만원도 부치고 오만원도 부친다

 돌아와서도 나에게 전화 한통 하지 않는 형에게
 또 아주 먼 곳에서 돈이 떨어졌다며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나는 그가 관계인지 높이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잘 모른다

 단지 그가 더 멀리 먼 곳으로 갔으면 하고 바랄 뿐
 그래서 오만원을 부치라 하면 부치고
 십만원을 부치라 하면 부치며
 거의 갈라진 말소리에 대답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어느 먼 바닷가에서 행려병자 되어 있다고
 누군가 연락해왔을 땐 그의 낡은 지갑 속에
 내 전화번호 적힌 오래된 종이가 있더라는 것
 종이 뒤에는 내게서 받은 돈과 날짜 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더라는 것

 어수룩하게 그를 데리러 가는 나는 도착하지도 않아
 그에게 종아리이거나 두툼한 옷이거나
 그도 아니면 겹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뿐
 어디 더 더 먼 곳에서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했으면 하고
 자꾸 바라보고 또 바랄 뿐


고구미와 내 관계가 이렇게 되면 어떨까? 누가 누구의 겹이 될까? 최근에는 절연이란 시를
읽었는데 정말 좋았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