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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 여러가지

2009. 10. 24. 22:56

어느 날 은행에 갔었네 / 심보선

어느 날 은행에 갔었네
애인과 나 손 꼭 잡고 통장을 만들었네
등 뒤에서 유리문의 날개가 펄럭거리네
은행은 날아가지 않고 정주하고 있다네
애인과 나는 흐뭇하다네
꿈은 모양이 다양하다네
우리는 낄낄대며 담배를 나눠 갖네
은행의 예절은 금연 하나뿐이라네
어쩐지 세상에 대한 장난으로
사랑을 하는 것 같네 사랑 사랑 사랑
이라고 중얼대며 은행을 나서네
유리문의 날개에는 깃털이 없다네
문밖에서 불을 붙여주며
애인은 아직도 낄낄거리네
우리는 이제부터 미래에 속한다고
미래 속에서 어른이 되었다고
애인이 나에게 가르쳐주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 아프네
금방 머리 위로 파산한 새가 날아갔네
후드드득
깃털 같은 빗방울들이 떨어지네
어느 날 우리는 많은 돈을 갖겠네


오늘 친구 하나가 결혼을 했다. 그 친구는 작년까지 자동차 영업을 하다가 올해는 보험 영업을 하는데,
그 소식을 오늘 접한 친구 하나가 얼른 돈 벌어서 보험 들어줘야 겠다고 한다.(그 친구에게 요새 뭐하냐고 물으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 놀지 뭐 해. 라고 한다. ㅡ.ㅡ; 오늘 만났던 후배 하나도 너무 자연스럽게 같은 얘기를 했는데 ㅡ.ㅡ;;) 그러면서 자기 보험 든 것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친구에게 보험 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 라고 물으니 당연히 있다고 한다. 하긴 나는 그런 마음도 없는데, 세 개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어머니 때문인데, 가장 최근에 보험 가입했을 때, 저항하지 못했던 내가 밉다.

보험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 때문에 드는 것인데, 나는 현재조차 불확실하기 때문에 보험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어머니는 너무도 재정적으로 불확실한 현재 때문에 자꾸만 보험 들어 놓으면 좋다고 반복해서 내게 말씀하시나 보다. 재정적으로 불확실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보험 산업이 잘 되나보다.

오늘 결혼한 친구는 이제 미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일까?
보험회사 명부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는 나는 이미 미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일까? 

돈이 제시하는 꿈들은 다양하고, 파산한 새가 떨군 깃털 같은 빗방울들이 돈이 되어 우리들에게 떨어지는 날을 기대한다는 시다.

K군,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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