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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25 꾀병 - 박준 2

꾀병 - 박준

2013. 3. 25. 20:26

     꾀병                           - 박준 -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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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의 '날개'같다. 신문 기사에서 우연히 읽었다. 많이 좋았다. 83년생인 시인이 부러웠다. 아내가 말했다. 83년 생도 그렇게 어린게 아냐. 서른 넘었을 걸? 내가 말했다. 맞다 우리가 늙었구나. 지후 무릎에 누워서 당신 얼굴에 들어오는 볕을 만지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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