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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4 라펭 아질에서 - 박정대

 

라펭 아질에서 / 박정대 

당신 이번 여름에 텅 빈 파리로 와요 몽마르트에 있는 라펭 아질로 와요 지나간 샹송들을 들을 수 있는 라펭 아질로 와요 원래는 카바레 드 자사생으로 불리던 곳 암살자의 주점에서 나 당신을 기다려요 당신 이번 여름에 카바레 드 자사생으로 와요 와서 삶의 두통들을 모두 암살해 버려요 당신의 멋진 덧니로 그것들을 다 암살해 버려요 그리고 밤새 우리 죽도록 사랑을 나눠요 사랑한다는 건 함께 고요히 죽어간다는 거 아마 밤새도록 나는 당신을 죽일 거예요 내 거친 수염으로 당신을 암살할 거예요 웃지 말아요, 당신 추억이 고통스럽다면 추억을 암살하러 와요 당신은 나를 죽이고 나는 당신을 암살하겠지요 아무도 모르게 우리 암살자의 주점에서 만나요 당신은 사랑의 맹독으로 나를 암살해 줘요 나는 밤새도록 당신을 만지고 그러면 당신도 밤새도록 나를 만지겠지요 그리고 우리 그냥 서로에게 암살당해요 우리가 그렇게 죽는다면 그건 암살자의 주점 탓이지요 라펭 아질이든, 카바레 드 자사생이든 당신을 만나서 당신을 암살하고 싶어요 그리고 죽은 당신의 귀에 대고 오래도록 달콤하게 사랑한다고 속삭일래요 암살자의 주점으로 어서와요, 당신 암살자의 주점에서 나 당신을 기다려요 당신 내 취향이에요, 어서와요, 당신 이미 죽은 당신, 내가 죽인 당신 다시 죽이고 싶은 그리운 당신


어쩌다보니 박정대의 시집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나씩 풀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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