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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새 -마종기

2007. 8. 23. 11:56
 무너지는 새

가을이 되면 새들은 모두
함께 무리져서 날으기 시작한다.
끼리끼리 같은 방향으로 날기 시작하고
노래도 같은 곡조를 부르기 시작한다.
(자기 무게를 모르는 새들만
높이 날 수 가 있다고 했지.)

한 떼의 새가 몰려온 적이 있었다.
건강한 날개의 노래를 부르면서
어울려 소주를 마시면서 살자고 했다.
나는 과학같이 정확하고 싶었다.
(가을이 되기 전에 내가 떠났다.)

그 후에 가을이 되면 나는 하늘을 본다.
하늘을 보면 언제나 다 보인다.
한 떼의 새가 날아간 자리에
혼자 있구나, 하고 써 있는 게 보인다.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지.
많으면 날을 수가 없지.)

혼자 있구나. 나도 모르는 탈바가지 쓰고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톱니바퀴의 한평생.
날개에 묻은 많은 기름을 씻을 수가 없다.

이승의 무게를 버리려고 무너지는 새.


way가 '바람의 말'을 좋아해서 내가 찾아낸 시랄까? 암튼 좋은 시다!
어쩌면 way가 좋다고 했던 내가 쓴 글에 어두운 하늘에서 밝은 하늘 쪽으로 날아가는 새들과
닮아서 바로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 길들과 그 하늘들, 그 공기들이 좋다.
나라는 전체가 흡수.
흡수는 함께일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혼자일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2006년 겨울 환기미술관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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