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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4 20070308 눈과 기형도

20070308 눈과 기형도

2007. 8. 24. 22:12
국립의료원에 가는데 눈이 왔다. 어제 못 잤지만 그렇게 많이 피곤하진 않았다.
way의 여행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다. 예방 접종이 꽤 오래걸려서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데 눈이 많이 왔다. 갑자기 기형도가 생각났다. 아니 이 시가 생각났다.

   

             진눈깨비      /    기형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던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 길 위로 사각의 서류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내린다 진눈개비, 놀라 넋도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
 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지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진눈개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소리내서 읽으면 더 좋은 시인 것 같다. 조동진의 '진눈깨비'라도 들을까....

추가로 이 글에 내가 달았던 댓글 - 국립의료원에서 나오는데 way가 지치고 피곤하냐고 했는데, 나는 모처럼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게 아니라 눈물이 나는 것을 참았다.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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