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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05 멍처럼 푸른 귀가 / 황지

저 끝의 공장으로부터
푸른 곰팡이가 쏟아지듯이
포자처럼 집으로 간다 하아하아
입김이 서린 하늘은 차갑도록 하아하아
무사한 하루도 좋다 무사할 내일도 좋다
포장마차나 함바집엔 고기굽는 냄새가 새어나오고
뱉어내었던 작업장 굴뚝이 마냥 하늘로 올라
시장통이나 한 번 뒤적이며 생선의 푸른 등을 찔러본다
장난감 가게의 불은 구멍뚫린 주머니처럼
할 수 없거나 잃어버리거나 없는 것은 그 불처럼
빛나라 시시덕이는 여인네의 짧은 치마
분칠한 얼굴이 고와 입맛 한 번 다셔도 보고
가래침 타악탁 뱉으며 자꾸만 만지작 거리는 인형은
작고 예쁜 집에 잘도 사는구나 양과자 가득
쌓인 과자가게를 지나 정육점 두어근의 돼지고기
빠알갛게 코로 들이치는 바람 무사할 내일 이야기
달랑이며 잠시 실내포장마차 훈기어린 순대국에 낱잔 소주
곁들이었다 지칠 때까지 익힌 그 순대같은 이야기
푸욱 퍼져 달랑이는 모든 것을 꿰어 들고
검정비닐봉지 우리 집에 간다 집으로 간다
아무 할 말 없이
포자처럼 부유하는
푸른 곰팡이
멍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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