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부터 모내기 중이다. 모내기는 벼농사에서 가장 큰 행사다. 지난 주에 해가 쨍쨍하던 어느날 완이형이 JS형에게 물었다. '형, 안 더워요. 낮에는 좀 쉬었다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JS형이 답했다. '야, 1년 중에 이때만 일하는데, 햇볕도 좀 쪼이고 그래야지.' 나는 모내기 management를 하고 있다. 고작 30년 조금 넘게 산 나만해도 스스로 컨트롤이 안되는데, 60년 가까이 본인들의 삶을 살아온 네 사람이 포함된 이 팀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제랑 오늘은 비가 왔다. 비가 와도 어지간하면 벼를 심는다. 어제는 우리 논 두 자리에 모를 냈다. 붙어 있는 두 자리 중에 윗논에 물이 잘 빠져서 물이 잘 안빠지는 아랫논에서 윗논으로 물을 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가 와서 귀찮은 일을 덜었다. 오늘 논에 들러보니 모들이 물에 잠겨서 찰랑거렸다. 헤헤.

 

 지난주에 도반소농에서 오신분이 '어일우씨는 말투에 감정이 없는 것이 참 특이한 것 같아요. 집에서 아내에게도 그렇게 말해요?'하고 물었다. 지후에게 물었더니 밖에서 일할 때, 내 말투가 무미건조하다고 한다. 그런가보다. 나쁘지 않다. 아마도 남에게 내가 먼저 어떤 감정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서 오는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중에 장인어른에게 내 음력 생일을 묻는 전화가 왔다. 무미건조하고 경직된 말투로 대답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아버지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다. 아내가 말하길 딱딱한 말투가 아니었다고 한다. 장인어른과의 심적 거리는 아직도 멀다.

 

 오늘 아침에 내 몸에서 아버지 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 뭐랄까 퀴퀴한 냄새인데, 아버지에게서만 맡아본 냄새였다. 어렸을 때, 싫어했던 냄새였는데, 이제 내 몸에서 그 냄새가 난다. 인간이란 냄새로도 대를 잇는다.

 

 6월이다. 엊그제만 해도 봄이었던 산이 여름산이 됐다. 나도 산이나 나무처럼 봄에는 봄이 되고 여름에는 여름이 됐으면 한다. 인간 세상에 살면서 사람보다 나무랑 산이 더 좋으니 큰일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