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한 최고 풍요의 시대를 갱신하며 살고 있다.
물자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는 많은 돈(수입)이 필요 없었다. 물자는 편리와 같은 말이다.
먼 과거까지 가지 않고 지금과 1980년대만 비교해 보더라도 명확하다. 에어컨, 자동차처럼 덩치가 큰 것 뿐 아니라 먹을 것도 지금만큼 쉽고 다양하지 않았다. 만든 김치를 사서 김치냉장고에 넣는 것과 배추를 사고 양념을 준비해서 김치를 담그고 독에 묻는 것의 차이랄까.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으면 단조롭지만 끈기있는 생활을 하게 된다. 아내랑 같이 섬에 살 때는 어느정도 그런 생활이 가능했다. 밥을 사 먹을 곳도 없고 돈도 없으니 해 먹는 수 밖에 없었다. 농업으로 돈이 생기지 않으니 조개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겨울밤 아내랑 마주보고 앉아서 콩이랑 팥이랑 골라내던 때가 좋았다. 집 앞 텃밭에서 꿈지럭거리면서 뭔가를 하는 아내 옆에 고양이 망고가 찰짝 붙어있던 시절이 지나간 날들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한 번 길들여진 편리에서 의식적으로 불편으로 가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당장 날이 덥고 집에 에어컨이 있는데 어떻게 안 틀고 버티겠나.
너무 자기 잘났다는 마음이 많이 투영됐다 생각해서 '자발적 가난'이란 말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천만금이 있어도 그걸로 뭘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사는 것이 진짜 자발적 가난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도시 직장생활자로 살고 있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많은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 몸을 바지락거리면서 살거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