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거르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끼니를 걸렀다
배고픔이 빈 속에 사그라드는 일이 오랜만이다
그간 참 규칙적으로 먹었구나
이유도 없이 밥을 거르는 호사를 누릴만큼
내 삶이 올바른 것 같지 않은데
꼬박꼬박 먹고 사는구나
배고픔을 잊고 사는구나
뭔가 잘못 된 건 아닐까
지금의 나를 버릴 자신이 있나
항상 끼니를 거르는 삶 속으로 뛰어들 용기가 있나
꼴랑 한 번 거른 끼니에
나는 이 모든 생각들에 자신이 있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끼니를 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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