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을 짓다

바닷가에서
소년이 모래성을 짓는다
위태로이 서있다가
파도에 무너진다
소년이 다시 모래성을 짓는다
단단한 모양새지만
이내 파도에 무너진다
소년이 운다
빛나는 눈물도 파도를 멈추지 못한다
소년은 다시 모래성을 짓는다

그 바닷가에서
노인이 모래성을 짓는다
구경꾼들의 탄성 뒤로
모래성이 파도에 무너진다
노인이 다시 모래성을 짓는다
구경꾼들의 탄식이 파도에 닿고
모래성이 파도에 무너진다
무엇도 원망하지 않는 얼굴로
노인이 된 소년은 다시 모래성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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