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팔


설거지를 하다가
당신과 내가 저녁 먹은 그릇을 부시다가
부서진 사람과 온전히 남은 컵라면을 떠올리고
불의에 맞서지 못하는 불의를 가진 내가 얄밉고 허투른 말장난이나 생각하는 내가 답답하고
인간이 멸망해야 한다는 소리나 입에 달고 사는 내가 싫고
심장을 꺼내 포수에게 던졌다는 어느 야구 선수가 부럽고
아들이 취직했다고 기분 좋아서 매일 술 드신다는 아버지 얼굴이 생각나는데

수고했어,
당신의 한 마디에
먼저 했던 생각들이
건조대 위의 접시마냥 다 말라버린다

씨팔(18), 심정이 에잇(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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