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음도에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동네 산에 영지버섯이 있는 이유는 동네분들이 예전에 영지버섯을 재배했었기 때문이다. 산삼이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척박하다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 가기 위해서 위해서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아줌마 형님 형수님들이 행한 어떤 노력들이 세월과 함께 쌓였고 갑자기 외지에서 들어온 나는 그 노력 위에 숟가락을 얹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의 노력도 그렇게 쌓여가겠지. 대를 이어 살아간다는 게 이런거겠지.

강릉 와서는 이런 느낌이 약하다.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서로의 노력에 기대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와닿질 않는다. 농사를 짓지 않는 탓이 가장 클까? 요즘 농사는 그렇지 않지만 농사란 건 씨앗을 받아서 대를 잇는 일의 반복이다. 그 반복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속이 깊어진다. 단, 살아 가기 위해서 아둥바둥 농사 지어서는 그러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할지 알면서도 자꾸 묻는다.

볼음도에서는 집안에 항상 고양이 망고가 있고 집 밖에서는 강아지 포비가 나를 볼 때마다 펄쩍펄쩍 뛰었다.

그때 생각이 나네. 얼마전 일인데도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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