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나는 젓가락질을 예쁘게 잘 한다
왼손 오른손 다 잘한다
그런데 나는 집도 없고 땅도 없다
세상에 가치 있는 건 쥐뿔도 못 가졌다

주인집 아줌마는 집도 땅도 돈도 있다
외출할 때는 라이방을 걸치고 멋을 부린다

아줌마는 가끔 나랑 술을 마신다
몇 잔 먹다보면 오빠 생각이 난다면서
아들뻘인 나를 부둥켜 안고 운다
그런 아줌마의 젓가락질은 보기 안쓰럽다

겨울 지나 봄이 와도
내 젓가락질은 여전히 예쁘고
아줌마도 여전히 잘 운다

세상 참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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