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불륜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588번 버스 종점 모텔촌
40년 째 영업 중인 감자탕 집에서
뼈다귀를 뜯고 있는 흰머리 연인
넓은 창으로 해가 드는
옛날식 커피숍에 마주보고 앉은 아저씨와 여고생
술 때문에 비틀거리면서
자기보다 두 배는 큰 남자에게 바짝 매달린 여자
사랑의 이름과 각종 완비로 도배한 모텔들
주차장 커튼을 슬그머니 밀며 드나드는 고급 자동차
시장에 가고 집 앞에 쓰레기 봉지를 내놓고
학교 다녀왔습니다, 를 외치며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 섞여
온 동네를 붉게 물들이는 사랑의 열정
불만, 불행, 불온, 불륜이 사랑의 들불이 되어 번지는 거리
운행을 마친 버스가 하얗게 불에 타 종점에 닿는
오후 세 시의 588 종점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