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우울

이익에 매달리거나
원대한 꿈을 품은 것이 아닌데도
온종일 이게 아닌데
아, 이게 아닌데 생각만 하다가
그 기분 그대로 밤잠을 설치고
반쯤 열린 창문으로 빗겨 들어오는 오후의 우울을 정면에서 얻어 맞는다
이 마음이 이 마음일 뿐인 것도 알고
바다가 넓어봐야 물인 것도 아는데
새들이 함성을 지르는 이 계절에
부끄러운 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부끄러운 마음 뿐이다
내 마음 내버려두고
슬그머니 봄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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