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무

봄이 오니
나무가 다시 말을 건다
설산을 보며 머리만 긁던 나에게
나무가 말을 건다
어여 오라고, 봄이라고
가지 끝의 움으로 나를 부른다
나무에서 물이나 빼 먹는 건 인간 뿐인데
인간 때문에 새들은 웃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는데
겨울을 아무말 없이 견딘 나무가 나에게 말을 건다
견딘다는 건 견고해지는 것
자기 발끝도 못 따라가는 나에게
나무가 자꾸 말을 건다
나무 앞에 작아지기만 하는 나에게
견디라고 견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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