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갈까


돌아가신 할머니 방에는
잡동사니가 쌓이고
내 방에는 버리지 못한 책이며
옷가지들만 쌓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 방을 퇴적암 같다고 놀리고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방에서
오래된 친구와 술을 마신다
술병이 쌓이고
빈 그릇이 쌓이고
추억이 쌓인다
멈추지 않는 시간까지도
모두 쌓이는데
10년을 쌓아온 사랑만은
날개도 달지 않고 날아갔다
나에게만은 대담했던 너
내 안의 작은새여
잘했다고 떠들어 봐야
결국은 나를 겹겹이 감싸주던
널 찾고 있다
네 외로움을 모르고 너를 만났다
미안함은 계속 쌓여가고
무거워진 나는
어떻게 너에게 날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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