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을 나오다


모든 것을 버리고
수녀가 되려 했다

수녀원의 모든 십자가에는
죽은 예수가 매달려 있고
나는 날마다 죄인이었다

죄인으로 살고 싶지 않아
수녀원을 나왔다

나는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열정적으로 떠들던 사람
수녀원에서는 폭발하지 않고
반감됐던 분노가 요요현상으로 되돌아 왔다

- 이런 지랄 씹탱구리

나는 멀건 가깝건
되짚어 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
수녀원을 나와서 사주를 배웠다
사주를 가르쳐 준 사람이
나는 뜨거운 사람이라고 했다

연월일시 천간 지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나는 불을 갖고 태어난 사람
나는 화를 태워야 사는 사람
나는 남자 운이 없는 사람

모든 일상이 기도였는데
기도가 사주가 되어 돌아왔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지만

나도 세상도 그대로인 게
내 인생이 내 사주를 닮은 게

조금 쓸쓸할 뿐
조금 씁쓸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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