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씨팔,
어떻게 세상이 이러냐
세상에 더런놈들 다 쳐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잘 되고 싶다
혼자 잘 될 생각만 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
잠 못드는 새벽에 이런 생각밖에 못하지만
그래도 잘 되고 싶다
나비는 결코 날개를 펴고 꽃 위에 앉지 않는다
고양이가 어딘가를 볼 때는 항상 그곳에 뭔가가 있다
사람이 개랑 놀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인간이 악마다
인간은 멸망해야 한다
멸망해도 밥은 먹고 멸망해야 하는 것이 인간이니
로드킬 당해서 아스팔트 바닥에 찌그러져 눌러붙은
고라니 내장을 뜯어먹는 까마귀처럼
나쁜놈들의 마지막까지 깨끗하게 쪼아 먹고 싶다
독립군도 내가 즐거워야 하는 법인데
나무와 함께 있는 것 말고는 즐거운 일이 없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가슴속에 꾺꾺 눌러담은 것
그것을 더 담을 공간이 없다
차라리,
세상의 모든 고요를 짊어진 깊은 산속에
오두막을 짓고 혼자서 왕이 되버릴까

이런 생각으로 밤을 지새고
빈속에 양치질을 하다가
뭉개져버린 칫솔을 무심결에 알아채는 내가
내 마음이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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