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밭

새벽에 혼자 고구마 밭을 둘러본다
태양이 안개를 지우지 않은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솔직한 시간이다
멧돼지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와
고라니가 뜯어 먹은 흔적을 본다
그래 너희도 먹고 살아야지
내가 늙어가는 만큼 자라나는 잡초를 본다
그래 너희들도 살아야지
그러니 그냥 둬야지 어쩌겠나
밭에 일하기 싫은 사람
밭 골만 헤아린다는데
밭이웃이 좋아야
한 번 갈 걸 두 번 간다는데
이웃도 없이 외떨어진 밭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우두커니 섰다
항상 그날이 그날인 사람
그래서 참 좋은 사람이고 싶다
모든 것에 솔직한 지금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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