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통지서

낮부터 술에 취한 아버지의 언성이 높다
아버지는 어제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저녁에 비틀거리며 돌아온 동생이 투덜거린다
곧 짤릴 것 같다고 한다
밤이 오고
나는 어둠을 쫓는 고양이 마냥
조용히 집을 나와 강가를 걷는다
달도 뜨지 않은 어둠
하늘도 강물도 죽음처럼 고요하지만
수 많은 해고통지서들은 불을 밝힌 집집마다
유령이 되어 떠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길을 잃은 고양이에게 헛 발길질을 하고
찢어버린 해고통지서를 강물에 뿌린다
검은 강물이 더 짙은 어둠 속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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