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순댓국 집에서 혼자 밥 먹는데
숟가락을 두 개 꺼냈다
자리가 하나 빈다
결혼을 하려고 하니까 네가 없다
네 손에 내 손을 비빌 때 흐르던 정전기가 그립다
내 손이 자리를 잃었다
내 세계에 울려 퍼지던 네 웃음소리가
환청으로만 내 귓가에 맴돈다
아, 이것은 실제 하지 않는 것
네 웃음도 자리를 잃었다
너는 퇴색이란 단어를
눈을 빛내며 말하던 사람
나는 비밀이 많은 사람
너는 모르는 것이 많았던 사람
내가 속내를 털어놓는 건 내 친구지만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일부러라도 달아나고 싶었다
문득,
어느샌가,
돌아보니,
그러하였던 것들 중에
네 빈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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