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는 평생 한 자리에서만 사랑한다
나이테 하나씩 늘어갈 수록
그 자리에서 점점 둥글게 커가는 인생
그것이 그대로 삶인 나무
나무가 되지 못하고 흔들리는 내 사랑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여
이리저리 삐뚤빼뚤 튀어 나가려고만 한다
당신에게서 다른 당신에게로
그리고 또 다른 당신에게로
자꾸만 다른 곳을 보려고 한다
하여 이제부터 나는 나무를 사랑하련다
첫사랑의 이름을 붙인
나의 자작나무 은수
너를 부둥켜안고 둥글게만 둥글게만 사랑하련다
그렇게 억겁의 시간이 흐르면
나도 나무가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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