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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9 20110609 - 할머니

 우리 할머니는 치매에 걸렸다. 10년 정도 됐다. 우리 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신다. 5년 정도 됐다.
 우리 할머니는 귀가 잘 안들린다. 10년 정도 됐다. 우리 할머니는 눈이 멀었다. 올해부터 그렇다.

 작은 고모 말마따나 우리 할머니는 슬프게 됐다.

 지난 주말은 할머니 생신이라고 친척들이 강릉집에 다녀갔다.

 할머니는 뇌경색의 합병으로 눈이 멀었기 때문에 지금은 거동조차 불편하다. 친척들이 오면 작은 어머니는 요양원에 가서 할머니를 모셔온다. 누군가 할머니를 업거나 들어야하기 때문에 작은아버지나 내가 함께 요양원에 가야한다.  

 눈이 보이던 시절의 할머니는 나를 알아보지는 못해도 내 손을 잡고 "누구요? 손이 참 곱소~."같은 말들을 들려주곤 했는데, 이제 그것도 추억이 되버렸다.

 점심 때 닭백숙을 먹었다. 할머니를 달랑 들어서 차에 태우고 조금 긴 시간을 이동했다. 작은어머니가 할머니에게 밥을 떠 먹여줬다. 안 드시겠다고 해도 한 숟가락만 더 드시라고 하면서 계속 먹여준다. 내 생각에 할머니는 뭔가를 많이 드실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시동생들이 보는데서 할머니에게 밥을 줘야하는 작은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없다. 막내 삼촌네 식구들은 점심값을 계산하고는 다른 모임이 있다고 가버렸다.

 이럴거면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요양원에서 모셔올 필요가 없다. 그냥 가서 얼굴 잠깐 보는 것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저녁에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드리려고 다시 번쩍 안고 차에 태웠다. 할머니가 힘들어했다. 나는 미안했다. 할머니 미안해요.라고 했다. 작은 삼촌이 뭐가 미안하냐고 물었다. 나는 막내 삼촌도 작은 삼촌도 야속했다.

 작은아버지랑 작은어머니는 친척들이 온다고 하면 당연히 할머니를 모셔와야 한다고 생각하시지만(특히 작은어머니는 더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 

 할머니는 슬프게 됐고, 삼촌들은 야속하고, 나는 할머니한테 미안하다.

 할머니 치매가 초기였을 때, 강릉에 머물면서 할머니랑 술래잡기 하던 시절이 그립다. 

-> 어지러운 6월 둘째 주, 기분 환기용 포스팅, 기분 환기용으로 이런글을 쓰고 있다. 역시나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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