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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9 20110529 - 모내기, 못밥

어제는 모내기를 했다.

염불보다는 잿밥이라고 못밥이 정말 맛있었다. 강릉에서는 전통적으로 못밥으로 팥밥에 미역국을 먹는다고 한다. 강릉은 상가집에 고깃국이 아니라 미역국이 나오는 곳이니 그럴법하다. 그런데 왜 팥밥일까? 여튼 나는 팥밥을 정말 좋아한다. 몸도 힘들겠다 아침부터 팥밥을 끝없이 먹었다. 다섯시에 일을 시작해서 집에 들어오니 여덟시 반이었다. 허기가 몰려들어서 팥밥을 꾸역꾸역 입 안에 때려 넣었다. - 아침에 설사했다. - 내년부터는 기계를 빌려서 잘 못 심더라도 내가 심어야겠다.

집에 와서 들은 첫 소식이 순달이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피똥을 쌌고 주사약을 이틀간 맞았지만 결국 죽었다고 한다. 그렇게 순달이는 번호표만 남겨놓고 가버렸다. 우리 우사는 엉망이다. 농번기라 관리가 잘 안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이럴거면 소를 키우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순달이는 죽었는데 나는 못밥으로 소고기 미역국을 먹었다. 앞으로 고기 섭취를 더 줄여야겠다.

사람들은 기계가 모를 심으니 모내기가 크게 힘들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강철같은 작은아버지가 저녁식사를 마치시자마자 씻지도 않고 바로 주무셨다. 나는 말랑말랑한 인간이라 느즈막히 잠들었다. 나도 현재 무척 피곤하고, 피로가 폭풍처럼 밀려들어 오는 중이다. 그렇지만 일년내내 이렇게 일하는 것이 아니니 가끔은 몸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서 빨리 내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집에서 일꾼마냥 일하는 게 아니라 모든것이 내 영향력 아래 있는 상황을 꿈꾼다. 그게 농사다.

우리논이든 남의 논이든 모가 심어진 논을 보고 있으면 여러 감정들이 얽히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논일은 늘 재미있다.

좋아한다고 평소 먹던 양의 배로 먹으면 탈이난다. 오늘 아침에도 팥밥 먹었다. 약간 쉰내가 났지만 맛있었다. 탈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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