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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1 20080901 - 여러가지 4

9월이다. 가을이다. 말 그대로 하루종일 잠시도 쉬지 않고 비가 내리는 9월의 시작이다.

그리고 어제는 영일군이 결혼을 했다. 조금도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어느 친구의 말처럼 마치 두 번째 결혼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자연스러워 보였다. 삶이 크게 변한다기 보다는 같은 삶에 결혼이라는 이름을 얹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제수씨 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지만 친지라는 개념의 새로운 사람들과 엮여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한국에서 결혼은 대체적으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불편한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어제는 수재 형을 몇년만에 길에서 마주쳤다. 굳이 말하자면 동네에 아는 형님인데, 이제 40이 훌쩍 넘으셨을 텐데도 여전히 혼자시고, 신월동에 사시고, 봉제공장 완성쪽에서 일하신다. 여전히 동안이고 웃는 얼굴이시고 자전거와 함께이며, 튼튼한 팔뚝을 자랑하신다. 어쩌면 이 형님이 나의 역할모델일 수도 있는 것인데, 나는 다만 서울이 아니라 작은 동네에서 형님과 비슷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항상 웃는 얼굴로 하지만 비밀은 간직한 채,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낮에는 꾸준한 일(가급적 몸을 쓰는)을 하고 운동도 하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기분이 좋아진다.

알프레드 베스터의 <타이거 타이거>는 정신감응을 통해 특정 좌표에서 특정 좌표로 순간이동 하는 '조운트'라는 것이 거의 모든 인간에게 보편화된 400년 후의 이야기다. 좌표를 알 수 없는 우주의 어느 공간으로 '조운트'를 해버린 남자가 복수의 화신이 되어 불타는 복수를 하는 이야기인데, 2차 세계 대전을 연상시키는 우주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인간성을 상실한 두 남녀가 서로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 문장을 이렇게 쓰니까 이야기인데, 이야기인 이상한 문장이 되버렸다. ^^- 뭐랄까 비열찬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면서 하드보일드 탐정물 같은 느낌도 풍기면서 암튼 모호한 선과 악을 다루는 것 같기도 하면서 묘한 소설이다. 가장 좋았던 건 우주로 '조운트'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주인공이 스스로의 의지로 우주 조운트를 했을 때, 공간 뿐 아니라 시간의 경계 마저도 무너지면서 우주 탄생 이전의 어떤 핵심에도 도달해 본다는 점이었다. 물론 시간이 무너저 버렸기 때문에 바로 다시 현재로 돌아와 버린다. ->내가 읽으면서 내 느낌이 취해서 잘못 읽은 것일 수도 있다.

느낌에 취해서 잘못 읽게 만들어 버리는 소설은 좋은 소설인 것 같다. 감정이 메말랐으니 부풀기라도 잘 하는 것일까? 뭔가에 지쳤는데, 해결책이 안 보인다. 지쳐있는 쪽의 반대로 돌아선다고 해서 해결책이 보이는 것이 아닌 것이 사는 것이겠지~~ 사람의 손에 갇힌 바퀴 벌레가 방향을 바꾸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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