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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8 20091228 - 정주(停住)

현 시점에서 2009년은 현재에 있으면서 이미 지나가 있다.
그런 2009년을 되돌아보면서 지나간 날들을 후회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나머지 날들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것은 의미 있거나 부질 없는 일이기도 하다.

22, 23일 양일에 걸쳐서 신나게 마시다가 갑작스럽게 머릿속에 지나간 - 정확하게는 고구미에게 내년 계획을 얘기하다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면 강릉에서 구하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든 - 생각이 그냥 되는대로 살자는 거다.

헤세의 "크눌프"에는 신이 투정하는 크눌프에게 정주하지 못하고 방랑했던 삶에 대해 그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대목이 나온다.

고인물은 썪는다. 인간세계에 고이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영원한 방랑자도 잠시 한 곳에 정주하는 순간 썪는다. 육체는 고여있더라도 정신은 부유하고 있다면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 불일치를 스스로 견뎌야 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다. 결국 스스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면 편안함에 이를 수 있겠지만 나는 부처가 아니다.

나는 되는대로 사는 것으로 깨달음의 세계에 조금 다가가 보고 싶다.
되는대로 사는 것은 막 사는 것과는 다르다.

어제 후배 하나를 만났는데, 미래를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의 직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결국은 처해있는 현실에 맞춰서 되는대로 살다보면 삶이라는 우주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내 우주에서 남을 해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되는대로 사는 것은 막 사는 것과 같기도 하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내 의지 밖에 있기 때문에 삶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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