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조갈증 | 1 ARTICLE FOUND

  1. 2010.03.15 20100315 - 고구미, 상민씨 1

 상민씨에게

 나는 춤꾼이거나 가수거나 아니면 유능한 세션맨이 되어야 옳았다. 가끔 휘파람을 불며 여기저기 배회할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한참 동안 하곤 한다. 춤이나 음악은 말에서부터 도덕에서부터 얼마나 자유롭고 즐거운가.
 한번은 전기기타를 배워보겠다고 사설 강습소를 다녀본 적도 있다. 알지 못할 조갈증 때문에 그만두고 말았지만.
 타오르는 것. 어떤 충만함으로 타오르며 그 속에서 파르라한 자기 존재의 떨림을 감지한다는 것, 그게 시보다는 춤이나 음악 속에서 훨씬 용이하리라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나는 나의 삶이 음악같아지기를 매일 꿈꾼다. 음악이 가지 못할 곳은 없다. 문맹자의 가슴속에서까지 음악은 쉽게 웅덩이를 파놓는다.
시는 내가 음악까지, 춤까지, 타오름까지 타고 가야할 아름다운 뗏목이다.
뗏목이 아름답다?그래 그게 인생일테니까.

-> 장석남의 첫 시집 뒷 표지에 적힌 글입니다. 알지 못할 조갈증이 우리들 모두에게 어떤 답이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고구미에게

2차를 가기 위해 장소를 물색했던 것은 기억나지만 그 장소가 어디였는지는 기억나질 않아.
2차에서 소주를 마신 것은 기억나지만 어떤 얘기들을 했었는지는 기억나질 않아.
택시에서 내릴 때, 돈을 찾다가 뒷 주머니에 2만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금을 냈지만
그 돈의 출처는 너희들이었다고 추측만 하고 있을 뿐 기억나질 않아.
뒷 주머니에서 돈을 찾던 당시에는 출처가 너희들이었다는 걸 확실하게 기억했는데,
이제 와서는 그때 그 기억을 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막걸리를 마셨던 1차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
앞으로는 2차는 안 가는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조만간 한 잔 살께~
1차를 아주 맛있는 걸 먹고 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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