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정비석 | 1 ARTICLE FOUND

  1. 2009.09.09 20090909 - 여러가지 2

 지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 두 개다.

 첫 번째는 어떻게 살까?다. 정말 지겹지도 않게 되버린 지리한 문제다.

 두 번째는 함께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다. 첫 번째랑 깊은 연결 고리를 갖고 있고,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깊게 고민할 문제다.

 데이트라는 건 무엇일까? 두 사람이 같은 삶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함께 하는 순간들을 갖는 것!이 이상적인 정의다.
 그냥 보통으로는 호감을 갖고 있는 남녀가 함께 하는 순간들을 갖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는 이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 이 순간 같은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 결혼을 시작으로 한국적인 고도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가 많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 자식을 낳아 기르고 집을 사고 저축을 하고 노년을 걱정하며 보험에 가입하고 부부간에 다투기도 하면서 보통의 행복(요즘 이 보통의 행복에 꽂혀있다.)을 부부가 함께 쫓는다.

 결혼을 하고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가끔씩 언론에 노출되는 (인간극장 류에 나오기도 하고) 뭔가 다른 사람들과 달라보이는 부부관계가 대표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돈 욕심 없이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부부다. 이 경우는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것이지 강력하게 체제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강력하게 체제를 부인하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현실에 대한 전면적인 부인 속에 현실을 사는 모순에 쓰러지지 않고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돈을 많이 쓰는 건 아니지만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거지.라는 말은 돈 있는 사람들이 던지는 치명적인 반론인데, 이런말 들으면 확 쳐버리고 싶을 것 같다.) 담배도 사야되고, 초코우유도 사 먹어야 되고, P2P 이용을 위한 결제도 해야하고, 새 휴대전화도 갖고 싶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일은 빼 놓을 수 없다.

 체제에 전적으로 순응하지 않으면서 나만의 어떻게 살까를 내 마음에 들게 구상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고, 그 구상에 지후가 동의해 준다면 함께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는 사소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농사 짓는다고 변산에 내려 갔을 때, 지후는 올 초에 지리산에 같은 목표 지점을 보았기 때문에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이 무척 좋았겠지만 나는 서울에 남아 있는 당신이 아쉬웠다. 함께 내려와서 삶에 대한 서로의 고민들을 함께 했더라면, 지금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있을까? 

 현실적으로 나는 돈 문제 없이 살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이 지점을 안고 가기로 결정했다. 변산에 있어 봤기 때문에 확실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지후와 함께 하고 싶은 문제는 결국 이래서야 '밥을 같이 먹는 것 밖에 없잖아'라는 그녀의 얘기에서 시작됐다. 그냥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며 서로의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시간들이 좋은 것만으로 좋은 것이다.

 내 문제는 내 얘기를 당신에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치명적이다.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함께 할지, 어느 곳을 함께 바라볼지는 좀 더 천천히 생각해도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언제나 같은 결론으로 나는 나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너무나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는게 다 어렵지, 남들도 다 어렵게 사는데, 상관없어.라는 마음으로는 못 살겠다는 것이다.

 두서 없이 길었다.

 정비석의 '성황당'이 떠오르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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