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장률 | 1 ARTICLE FOUND

  1. 2008.11.24 20081125 장률의 영화들 2

극장에 가서 장률 영화 두 편을 봤다. '중경'과 '이리'다. '이리'를 뭔저 봤는데, 순서상으로는 '중경'이 먼저라고 하는데, 큰 상관은 없다.

예전에 '망종'을 무척 재미있게 봤다. 김치가 담긴 삼륜 자전거를 느릿느릿 끌고 가던 주인공과 같던 영화전체의 분위기가 마지막에 어느 경계를 뚫을 듯 달려가는 주인공의 분위기로 확 옮겨가던 그 느낌을 잊기가 힘들다. 그래서 쉬고 싶었지만 무리해서 영화들을 봤다.

중간에 만들었던 '경계'와 첫 작품 '당시'를 보지 못했는데, '중경'과 '이리'는 '망종'의 큰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앞공간과 뒷공간에 사람들을 집어넣고 오즈의 샷들을 연상시키는 앵글들을 많이 보여주고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먼 경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카메라들이 자주 쓰인다. 주인공이 사는 공간을 서서히 완성시켜 나가는 데 특출한 재능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나는 이런걸 좋아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공간은 중요하다.) 주인공들은 절망의 끝으로 치닫고 성관계는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중경' 볼 때, 어머니 묘지가서 하는 대사가 참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팸플릿 앞장에 그 내용이 있어서 여러가지 감정(안도감과 시기심)들이 지나갔다. '아버지는 부끄러운 짓을 하고 나는 점점 더러워져 간다.'는 멘트다.

두 영화 모두 계속되는 삶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망종'과의 차별성이 있는 것 같다.
'이리'에서 엄태웅이 윤진서를 물에 빠뜨렸다가 돌아오는 택시에서 차 소리가 아니라 물 소리가 들리는 장면이 무척 훌륭했다. (택시가 터널을 달리는 샷도 무척 좋았다.) '중경'은 권총을 훔치는 시점인 듯한 호텔방의 공간분리 샷이 되게 독특했다. 앞쪽에 살덩이들이 가득차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특별히 주인공이 고개를 돌리던 마지막장면이 무난한 '이리'의 마지막에 비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좋은 영화들이고 훌륭한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남자성기가 덜렁거리는 건 좀 보기 안 좋다.

추가로, KBS에서 방영됐던 '망종'에서 장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이중 공간과 2인 식탁 샷을 캡쳐해 봤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