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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7 한국시리즈

한국시리즈

그때그때 2007. 10. 27. 06:14
 4차전 중계 시작 때, 보름달을 예쁘고 커다랗게 그리고 오랫동안 잡아줬다. 점점 작아진 달은 화면의 오른쪽 구석으로 쳐박혀서도 한참동안을 머물렀다. 출근길에 동생이 따라나왔다. 대문 밖으로 나오자 마자 둥그런 달이 집 앞의 노인회관 건물 위로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꽤나 커다란 얼굴을 하고서~~ 요즘 유행하는 10배 이상 광학줌 디카가 있으면 좋겠다고 동생에게 골목을 걸으면서 얘기했더니, TV에서 본 것 처럼 커다랗게 찍을 수 있냐고 묻길래 더 크게도 찍을 수 있다고 했다니 토끼도 보이냐고 해서 둘이 같이 웃었다. 아무튼 꽤 커다란 달이었다. 저녁 10시쯤 사무실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보니 아까 그렇게 커 보였던 달이 작아져있었다. 새벽 1시에 다시 하늘을 보니 달은 어딘가로 넘어가서 보이질 않고(어느 아파트에 가렸겠지...) 국회쪽에 보이는 북극성(내가 확실히 아는 유일한 별... 서울에선 보통 북극성만 보인다.)을 필두로 제법 많은 별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별의 모양을 하고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별들이 갑자기 지구랑 가까워진걸까? 지구가 마음대로 별들을 끌어들인 밤이 오늘 밤이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썩 괜찮았다. 북극성에서 시작해서 고개를 젖히면서 별들을 쓱 봤는데, 백조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way가 10년전에 알려준 백조자리가.... 정확히는 9년 11개월전에 알려준.......... 가끔 11월이면 하늘을 보고 찾아내던 그 백조자리가..............

 꼭 그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모처럼 잠들지 않은 밤을 보내면서 내가 뭔가 부정적인 말을 아주 부정적인 얼굴로 비꼬는 듯한 말투로 누군가에게 했을때,(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일인것 같다. 하고 많은 일들 중에...) 그 사람이 격정적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 내게 알려주면 나는 그 얘기를 차분하게 잘 들어줄텐데.....하는 생각을 했다.

 추구하는게 없으면 그냥 살 수 있다. 할 얘기가 없으니 영화는 포기한다랑 비슷한 논리로 생각하고 있는 가치가 없으니 가치에 대해서 말할 순 없고 들어만 주고 싶은걸까? 이미 있는 것들이 다 너무나 두렵다. 어제 아침에는 고등학생때 이후 처음으로 윤동주의 시를 읽었다.(그것도 신문에서) 눈물을 글썽이던 나를 누군가 보았다면 날 위로해주었을까? 그저 손을 잡아줘...라던가 옆에 있기만 해줘... 라고 말하는 나는 너무나 안타깝다. 위로도 아닌 위로 생각뿐인 생각. 그러니 나를 사랑해 줘! 거짓으로라도~~

 그저 불면의 낮과 밤에 지쳐서 조금 예민해진 것이어서, 언제나처럼 옆에 있는 당신이 그저 날 그저 편히 잠들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면 그저 좋겠다. 가만히 있는 가장 강한 사랑....... 아 머릿속이 물끈거린다.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두운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 윤동주 '또 다른 고향'의 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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